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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촌·조카 다툼에 법정관리 신청, 어음 부도까지… 동성제약 분쟁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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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선옥 기자2025. 5. 14. 09:00

경영 물러난 오너 2세와 3세 간 갈등 고조

회사는 회생절차 개시 신청하며 ‘시간 벌기’


배탈 치료제 ‘정로환’, 염색약 ‘세븐에이트’를 만드는 동성제약이 지난 12일 만기가 도래한 어음 1억4000만원을 결제하지 못해 부도를 냈다. 동성제약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30억원이다. 당장 1억원대의 돈을 갚지 못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어음 부도가 발생한 건 회사가 지난 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 절차 개시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회사는 당시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법원에 포괄적 금지명령 및 재산보전처분도 신청했다. 법원이 다음날인 8일 이를 받아들이면서 회사는 채무 연장·변제를 할 수 없게 됐다.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법원의 심리는 16일 이뤄질 예정이다. 회사와 채권자 등 이해 관계자는 14일까지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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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적자로 경영난이 심화했고 재무구조가 악화한 것은 사실이지만, 동성제약의 회생절차 신청은 상당히 다급하게 이뤄졌다. 회사가 공개한 이사회 의사록 등에 따르면 나원균 대표를 비롯한 회사 이사 3명은 7일 오전 8시 이사회를 열고 회생절차개시신청 의안을 상정해 출석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회생절차 신청을 결정했다. 그리고 3시간여가 지난 당일 오전 11시 43분, 서울회생법원에 동성제약의 회생절차 신청서가 접수됐다.

이례적인 속도로 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한 것은 경영권 방어 차원으로 해석된다. 오너 일가 중 경영권을 쥔 나원균 대표와 경영 일선에선 물러났지만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양구 회장과 갈등이 불거지자 경영진이 회생절차 신청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시작은 이양구 회장이 보유 지분을 돌연 마케팅 회사 브랜드리팩터링에 넘기면서부터다.(관련기사☞조카한테 경영 승계한다더니... 동성제약 회장, ‘상폐 위기’ 기업가에 지분 헐값 매각) 회사의 재무 상태 악화를 현 경영진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이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외부에 매각한 이후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진 교체를 시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회사가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이 회장의 계획은 당분간 실행되지 못하게 됐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이사회의 권한이 상당히 제한되는데, 회생계획 인가 전이라도 임시 주주총회 소집은 법원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유 지분이 적은 나 대표 측은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당분간의 시간을 번 셈이다. 나 대표의 지분은 4.1%, 나 대표의 모친이자 이양구 회장의 누나 이경희씨는 지분 1.55%를 보유하고 있다.

또 회사는 이양구 회장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최대주주 변경을 알린 직후 딥랩코리아를 상대로 자사주 7.13%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이 역시 나 대표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된다.

오너 일가 간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올라오기 전 회사는 유상증자도 결정했다. 에스디에너지라는 비상장사에 51만8537주를 신규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이양구 회장은 최근 서울북부지방법원에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채권자의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유상증자 신주가 상장되면 나 대표의 우호 지분은 15% 안팎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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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의 관심은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에 쏠리고 있다. 만약 법원이 회사의 회생절차를 결정하면 기존 채무 상환 의무가 유예되고,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에 따라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크다. 동성제약을 비롯해 많은 기업이 회생절차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회생절차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엔 경영권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양구 회장 측 지분은 브랜드리팩터링이 넘겨받은 14.12%와 이 회장의 자녀 용훈·용준씨가 가진 1.38%, 아내 김주현씨의 지분 0.12% 등 15.62%다. 이 회장 측은 이보다 많은 우호지분을 확보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회장과 나 대표 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 상황이다. 이 회장이 지분을 매각한 것부터 양측의 의견이 엇갈린다. 이 회장은 자신의 지분을 매각한 결정이 나 대표와 협의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나 대표 측은 해당 결정과 관련해 사전 협의 없이 사후 통보받았다는 입장이다.

다수 이해 관계자가 관련되면서 상대를 향한 근거 없는 비방도 나오고 있다. 새로운 최대 주주 측은 현 경영진이 위험한 투자로 회사에 상당한 손실을 끼쳤다거나 회사가 낮은 가격에 우호 지분을 확대하기 위해 고의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회사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https://v.daum.net/v/20250514090047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