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100만원이면 원가 92만원 … 건설사 "남는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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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로 고전하는 대형 건설사들의 평균 원가율이 92%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만원어치 공사를 했을 때 건설 자재비와 작업자 인건비 등 원가로만 92만원 이상 썼다는 것이다. 이처럼 원가율이 오르면서 매출에서 급여, 마케팅, 연구·개발(R&D) 같은 판매관리비 등을 뺀 대형 건설사들의 영업이익률은 3~4%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16일 국내 10대 건설사 중 상장 6사의 2024년 매출 원가율을 조사해 보니 평균 92.2%로 집계됐다. 현대건설 원가율이 100.6%로 가장 높았고, GS건설(91.3%), 대우건설(91.2%), HDC현대산업개발(90.9%)도 원가율이 90%를 넘었다. DL이앤씨(89.8%)와 삼성물산 건설 부문(89.4%)도 90%에 육박했다. 건설업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고물가 기조 속 인건비 상승으로 현장 공사 비용이 급등한 것을 원가율 상승의 주원인으로 꼽는다. 실제로 건설기술연구원이 조사한 건설공사비 지수는 코로나 팬데믹 때인 2020년 12월 이후 4년 동안 27.6% 올랐다.
4~5년 전 85% 안팎이던 원가율이 90%대로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수익성은 뒷걸음치고 있다. 지난해 GS건설 영업이익률은 2.2%에 불과하고, DL이앤씨와 대우건설은 3%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현대건설은 23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 손실을 냈다.
치솟은 원가율에도 수익을 내려고 대형 건설사들이 공사비 증액에 나서면서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서울 송파구 잠실진주 재건축 아파트 공사비를 3.3㎡당 847만원으로 올렸다. 2018년 시공 계약 당시(3.3㎡당 510만원)와 비교하면 66% 오른 것이다. 현대건설은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1단지 공사비를 2017년 548만원에서 지난해 793만원으로 올렸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4지구 재건축 시공사인 GS건설은 조합을 상대로 추가로 들어간 공사비의 절반인 2500억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올해도 공사비 상승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건설 경기 침체로 착공 물량까지 줄어 주요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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